법정스님의 어록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에서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오두막 편지> 중에서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산방한담> 중에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이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중에서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이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면서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1997년 길상사 창건 법문 중에서)
하늘나라에서 이 두분은
이렇게 담소를 나누시며 생전에 못다한 일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한평생 아름다운 삶을 살아오신 분들의 표정이라
이 세상 누구보다 인자하고
사진만 바라봐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법정 스님은 대중에게 ‘한국 불교의 얼굴’이었다.
대중은 법정 스님의 글을 통해 피안의 절집 안을 들여다보았고,
은둔 수행자들의 삶을 엿보았다.
세속적 욕망과 경쟁의 용광로 속에 담긴 대중은
무소유를 지향하고, 정갈하고
고적한 느낌의 글을 통해 불교의 정신세계와 교유했다.
법정 스님은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간
전남 순천 송광사 뒤 불일암에서 머물렀고,
1993년부터는 강원도 산골의 해발 800m
산지 오두막에 홀로 살면서
은둔의 고요 속에서 길러낸 맑은 글들을 썼다.